2012. 11. 22. 12:23ㆍ이것저것/기타
제게 치료 받던 할머님의 따님이셨습니다. 이 할머니께서 꽃다운 나이에 혼자되신 이후 재혼도 하지 않으시면서 그저 자식만을 위하여 억척같이 사시면서 이대 근처에서 좌판장사를 하셔서 자식들을 다 교육시키고 제법 돈도 모으셨답니다. 그간 너무나 많이 참고 치료를 미루어 오신 나머지 이 할머님의 척추는 측만이 매우 심하고 무릎 관절의 변형도 너무 심하여 철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 이 할머님을 보고 놀라서 울음을 터뜨릴 정도입니다.
완치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치료를 꾸준히 받아보시더니 그나마 많이 편하시다고 하시면서 따님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딸이 반복되는 사업 실패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다가 이젠 알콜중독자가 될 지경인데 요즘 배가 남산만하게 불러서 큰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상담을 좀 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상담을 해보니 일단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대낮인데도 혀가 꼬이고 말에 논리가 없으며 동문서답이 반복됩니다. 일단 술독을 풀어주는데 늘 좋은 효과를 보여왔던 처방을 투약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한약을 잘 챙겨드실지 술은 얼마나 줄이실 수 있을런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보름 후에 전화가 왔는데 다행이도 배가 쑥 껴져서 이젠 좀 살 것 같다 너무 좋다고 한 제 더 드시길 요청하셨습니다. 저도 참 보람이 있고 기분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따님이 계속 사업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 할머니가 평생 그렇게 억척스럽게 모아놓은 돈을 가져다 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이제는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따님은 어머님의 상태나 치료계획 등에 대하여 단한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왜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아래로는 쉽게 내려가고 위로는 겨우겨우 어렵게 올라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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