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12:44ㆍ이것저것/기타
한의사로 살면서 가장 답답한 때는 바로
한의학은 왜 이렇게 비과학적이냐는 말씀을 들을 때입니다.
1. 아이러니컬하게도 한의학을 과학화시키면 한의사의 손을 떠나서 한의사가 이용하지 못하게 됩니다. 천연물신약이 그 예입니다. 기존 한의학의 비방이 공개되어 과학적 검증을 거쳤더니 한의사는 처방할 수 없는 양약으로 편입되어 양의사만이 처방가능하고 더욱이 보험까지 적용되되는데, 정작 한의사는 쓸 수가 없습니다. 이것 때문에 한의사들이 하두 열이 받아서 하루 휴진을 하고 항의시위를 했는데, 범칙금이 5억이 나왔습니다. 참고로, 한의사 2만명, 의사 10만명인데, 똑같이 5억입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애초엔 벌금을 부과하지도 않았다가 의사들이 벌금 맞고 나서 '왜 우리만 벌금 먹이고 재네들은 벌금 안 먹어요?' 라고 하는 바람에 뒤늦게 부과된 벌금이라는 거 ㅠ
2. 과학화시키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x-ray, mri 등은 양의학 것 아니냐구요? 그렇다면 감히 한의사가 카메라로 피부 사진을 찍는 행위는 괜찮을까요? 카메라가 한의학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은행마다 있는 혈압계, 동네 헬스장마다 있는 체성분분석기는요? 그리고, 환자분들이 구매하여 집에 두고 스스로 시행하는 혈당검사기는요? <초음파 진단의 이해, 송한덕 저>란 책이 있습니다. 양의, 한의 할 것 없이 넘버 원 베스트셀러입니다. 근데 저자가 한의사입니다. 만약 한의사들에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면 오진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구요? 제가 전에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그 후유증으로 제게 치료받으러 오신 산부인과 전문의 생님과 얘기를 나누어보니 의외로 본인의 전공 분야 외의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으셔서 이건 뭐 일반인과 다름없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제 갓 졸업한 만 25살짜리 의사도 법적으로 모든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의사들 상대로 강의를 하는 수십년 임상경력의 초음파 서적의 저자인 한의사는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무면허 돌파리 짓을 햇다고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방치해두고 한의사한테 왜 그렇게 아직도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냐고 비난한다면? 없는 자궁이 다 답답해질 노릇입니다.ㅠ
오늘도 많은 환자분들이 한의원은 다 좋은데 엑스레이를 못 찍으니 불편하단 말씀을 하셨습니다. 현재는 차포 떼고 장기두는 격인 대한민국의 한의학이 구시대적인 규제를 벗고 날개를 달아 제 2의 한류로 거듭나는 날을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이상 여의도 한의원 진료실에서 최종호 한의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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