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8. 22:22ㆍ가칭: 교통사고 지키미-집필중/교통사고 후유증과 맞써 싸워온 길
m자동차보험사로부터 소송을 당하다!
어느 날 출근해서 제 책상 위에 낯선 봉투 하나가 있길래 무심코 열어봤더니 제 평생 처음 보는 깜짝 놀랄 내용이었는데요, 그것은 우리 한의원이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하여 지급받은 진료비의 반액을 m보험사에 되돌려주란 이행권고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서를 받은 날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되므로 저는 원하지 않는 송사에 휘말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m보험사는 경추 염좌, 요추골반부 염좌 환자는 길어도 1달 이내에 90% 정도가 회복된다고 하며 제가 과다한 치료를 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단 주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지나가는 개가 웃을 황당한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환자의 90%가 회복된다면 나머지 10%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단 것을 보험사 스스로 인정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 제가 받은 진료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를 거친 후 지급받은 것미므로 과잉진료의 여부를 이미 검증받은 것입니다. 더군다나 보험사가 심사평가원의 심사결정에 불복한다면 진작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심사평가원의 심사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심사를 위탁하지 않고 보험사 스스로 자체 심사하여 지급할 수도 있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합법적 조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고작 그들이 유일하게 한 것이라곤 제게 찾아와서 이 환자분들이 합의하도록 도와달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다 제게 단칼에 거절당하고 내쫓긴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이래놓고도 제겐 아무 예고도 없이 소송을 걸어버렸으니 이것은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돌아선 사람에게 갑자기 등 뒤에 칼을 꼽은 짓거리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저도 개인적으로 m보험사의 고객이란 것인데요, 제가 납부한 보험료가 이런 헛짓거리에 쓰인다는 사실에 더욱 불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원에선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일단 손을 들어주었단 것입니다. 저는 너무 기가 막혀서 바로 법원에 전화해서 어떻게 소송을 당하는 당사자에겐 단 한마디도 들어보지 않고 이런 결정이 떨어질 수가 있느냐? 내 생각엔 만약 단 1분만이라도 제가 판사님과 통화했었다면 절대 이렇게 하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 어떠한 예고나 소명의 기회도 없이 이런 일을 당하게 되니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해봤는데요, 법원 직원의 답변은 정말 차갑더군요.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법원은 원래 그렇게 해도 된다는 짤막한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졸지에 나 홀로 소송 또는 변호사 선임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처지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혼자 거대재벌인 m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상대로 소송 전을 펼치는 것이 얼마나 부담스런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한편으론 이런 터무니없는 소송을 건 의도가 불 보듯 뻔히 보였는데요, 그것은 보험사가 저를 길들이기 시도하는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진정 환자분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협박을 가하여 그 의사가 위축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그래서 반드시 이겨서 나 스스로가 주눅 들지 않아야 내가 현재 교통사고 환자분들을 대하는 진료철학을 유지할 수 있고 그래야만 내가 앞으로도 환자분들 앞에서 떳떳한 태도로 진료에 임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체의 합의나 협상은 배제하고 나홀로 소송도 배제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소송가액이 약 천만원 정도라서 변호사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웬만한 변호사들은 최하 300만원에 별도의 성공보수료를 요구하더군요. 천만원을 지키려 300만원 넘는 돈을 써야 한다니 참 기가 막혔습니다. 다행이 제 사정을 전해들은 후배가 좋은 변호사님을 소개해주어 다소 저렴하게 소송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변호사는 법리의 전문가이지 만물박사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송의 당사자보다 더 많이 아는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입장에선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제도절차와 의학적 사실들이지만 그것들은 제 머리 속에만 있어선 전혀 소용이 없고, 이것들의 정확한 근거가 되는 의학서적과 논문, 법률, 시행령, 고시 등을 모두 찾아내 정리해서 변호사님께 전달해주고 설명해드려야 합니다. 이렇게 소송 준비를 마쳐놓고선 저 스스로 일부러 신경을 끄고 더욱 환자분들의 진료에 열중하였습니다. 저런 치졸한 행태 때문에 제가 정말 즐겁게 여기는 진료행위에 방해받는 다는 사실 자체가 제겐 가장 큰 스트레스고 그것이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략 반년 정도 걸려서 1심이 열렸고 제가 승소하였으며 보험사는 항소를 포기하여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대단히 큰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 겪어본 송사에서 승소하니 제법 기분이 좋긴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보험사 직원이 또 찾아와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번에도 환자분들이 합의하게 도와달란 소리를 하더군요. 철면피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무엇보다 앞으로도 전처럼 교통사고 환자분들의 편에 서서 양심적이고 적극적인 진료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제겐 가장 다행스러운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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